요즘 물가가 워낙 올라서,
커피 한 잔에도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런 와중에 친구가 “지역화폐 쓰면 10%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을 꺼냈다.
‘그 정도면 밥 한 끼 값이 생기는 거잖아?’ 싶어서 바로 신청했다.
내가 사는 곳은 20대도 쉽게 지역화폐를 신청할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카드형으로 발급받아 3일 만에 수령했다.
앱 설치도 금방 끝났고, 충전도 어렵지 않았다.
처음엔 ‘왜 이걸 진작 안 썼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한 달 정도 사용해보니
장점도 있었지만 20대 입장에서 정말 불편하다고 느낀 부분들도 꽤 많았다.
이 글에서는 지역화폐를 직접 사용해본 청년으로서,
솔직히 겪은 현실과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직접 써보니 이런 점은 좋았다
결제 속도가 빠르고 직관적이었다
지역화폐 카드는 일반 체크카드와 동일한 방식으로 결제된다.
앱으로 잔액 확인하고 충전만 해두면,
식당이든 마트든 단말기에 긁는 것만으로 결제가 끝난다.
별도로 인증이나 OTP 같은 절차도 없고,
QR결제에 비해 실제 현장에서는 카드형이 훨씬 직관적이었다.
일정 금액 이상 충전하면 추가 인센티브가 붙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월 최대 50만 원까지 충전 가능했고,
10%의 인센티브가 붙었다.
즉, 50만 원을 충전하면 55만 원의 소비가 가능했다.
이건 다른 카드 포인트나 적립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대처럼 한 푼이 아쉬운 세대에겐 큰 메리트였다.
전통시장, 동네 가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혜택이 있었다
프랜차이즈보다는 소규모 매장에서 혜택을 더 많이 체감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동네 분식집이나 시장 반찬가게에선
지역화폐 결제 시 추가 반찬을 덤으로 주는 경우도 있었고,
소소한 인간적인 교류가 느껴졌다.
이런 경험은 일반 카드에선 좀처럼 누리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점은 불편했다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너무 한정적이다
처음엔 마트, 카페, 식당 등 웬만한 곳에서 다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안 되는 곳이 훨씬 많았다.
특히 프랜차이즈 카페, 대형 쇼핑몰, 편의점 일부 지점은 지역화폐 결제가 아예 불가능했다.
배달 앱에서 결제 시도해봤지만,
등록된 지역화폐 카드가 인식되지 않거나,
결제 수단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다.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되는” 상황이 꽤 자주 발생했다.
사용처 확인이 매번 귀찮았다
물론 가맹점 확인은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그걸 매번 검색해서 체크하는 건 너무 번거롭다.
실제로는 그냥 “써보다 안 되면 말지” 하는 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청년층은 즉흥적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지역화폐의 제약이 더 크게 다가온다.
예: 친구랑 즉석에서 “여기서 밥 먹자” 하고 들어갔다가
결제하려니 “지역화폐 안 받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민망함은 덤이다.
잔액 부족 시, 현장 대처가 어려웠다
잔액이 애매하게 부족한 상황도 문제였다.
예를 들어 결제금액이 7,400원인데 잔액이 6,000원 남아 있다면,
나머지를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합산해서 결제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단말기에서 그런 처리가 어렵다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결국 결제를 포기하거나,
앱에서 충전을 다시 하고 1~2분을 기다려야 했다.
이건 특히 사람이 많은 시간대나 줄이 긴 곳에선 꽤 불편한 상황이다.
인센티브도 예산 소진 시 종료된다
내가 10%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충전하려던 날,
이미 예산 소진으로 이번 달 추가 지급이 종료됐다는 알림을 받았다.
이건 지역별, 시기별로 다르지만
예고 없이 혜택이 끊기는 경험을 하면 기대감이 확 줄어든다.
청년 입장에선 이런 정보가 더 투명하게 공지되거나,
미리 알림으로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마무리 – ‘혜택’보단 ‘습관’으로 접근해야 했다
처음 지역화폐를 쓰기 시작할 땐
"이걸로 생활비 좀 줄이겠구나"라는 단순한 기대만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일상에 적용해보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꽤 현실적인 도구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분명 장점은 있다.
잔액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소비하게 되고,
내가 자주 가는 몇몇 가게에선 할인 이상의 ‘소속감’ 같은 걸 느꼈다.
그렇지만 20대 입장에서 느껴지는 제약과 불편은 생각보다 빈번했고,
순간순간 ‘이거 그냥 카드로 살 걸 그랬나?’ 하는 고민도 종종 따라왔다.
결국 지역화폐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걸 대체할 만한 완벽한 결제 수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스스로 소비를 ‘의식하게 만드는’ 힘은 확실히 있다는 것.
그래서 아마 나는
앞으로도 지역화폐를 계속 쓰긴 할 거다.
다만 ‘전부를 맡기진 않더라도, 일부는 맡겨볼 만하다’는 정도로.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지역화폐는 점점 더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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