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실사용후기

지역화폐 사용 가능한 매장, 직접 써보고 알게 된 현실

jjinjjingl 2025. 7. 2. 17:05

 

지역화폐는 '지역 상권을 살리는 착한 소비'라는 명분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다. 나도 평소 지역 상권 이용에 관심이 많았고, 10% 충전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생활비에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여 경기지역화폐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카드를 받고 충전을 마친 후,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단순했다. "정작 이걸 어디서 쓸 수 있을까?" 였다. 지역화폐가 실제로 사용 가능한 매장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불편은 어떤 것이 있는지 나는 직접 다녀보며 경험했다. 이 글은 정책이 아닌,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마주한 지역화폐 사용 매장에 대한 냉정한 기록이다.

 

지역화폐 사용 가능한 매장의 현실


앱에 나오는 가맹점 정보는 완벽하지 않았다

경기지역화폐 앱에는 ‘사용 가능 가맹점 찾기’ 기능이 있다.
나는 이 기능을 믿고 집 주변의 리스트를 확인하며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앱에 등록되어 있는 가맹점 중 일부는 아예 지역화폐를 받지 않거나, 과거에는 받았지만 현재는 사용이 중단된 곳도 있었다.

 

 

예를 들어 앱에는 A라는 카페가 지역화폐 사용 가능 매장으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막상 방문했더니 결제는 불가했다. 매장 직원은 “단말기 등록은 되어 있지만, 지금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곳은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한지는커녕, 직원이 “그게 뭐냐”며 아예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몇 차례 겪고 나자, 나는 앱만 믿기보다는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직접 "지역화폐 되나요?"라고 묻는 습관이 생겼다. 가맹점 정보와 실제 수용 매장 간의 괴리는 생각보다 컸다.

 

 


작고 오래된 가게일수록 사용 확률이 높았다

흥미롭게도, 깔끔한 외관을 가진 프랜차이즈보다는 작고 오래된 가게들이 지역화폐를 잘 받아줬다.
전통시장 내 분식집, 구멍가게 스타일의 마트, 가족 운영 식당 등에서는 결제가 매끄럽게 이루어졌다.
특히 동네에 있는 ‘백반집’에서는 “지역화폐 쓰면 고맙죠”라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반겼다.

나는 이 점이 지역화폐의 본래 취지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지역화폐는 대형 유통망보다는 실제로 지역경제에 뿌리내리고 있는 소규모 상점과 자영업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 잘 가지 않던 전통시장도 찾아가 보았고, 채소가게나 생선가게, 반찬가게 같은 곳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해봤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가게가 카드 결제를 지원했고, 일부는 현금보다 지역화폐를 더 선호하기도 했다.
“현금보다 수수료가 적게 나간다”는 설명도 들었다.

 

 

병원·약국·미용실: 사용 가능률 높지만 확인 필요

나는 평소 병원과 약국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지역화폐를 시도해봤다.
결과적으로는 지역 내 개인 병원과 약국 거의 대부분에서 결제가 가능했다.
내가 간 내과, 치과, 이비인후과, 피부과에서는 모두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고, 약국에서도 무리 없이 처리되었다.

다만, 한 곳에서는 카드 단말기 모델이 오래돼서 지역화폐 카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런 경우 결제 자체가 거부되어 신용카드로 다시 결제해야 했는데, 민망함은 내 몫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할 때도 “지역화폐 되나요?”라고 먼저 묻는 게 습관이 됐다.

미용실은 절반의 확률이었다. 체인 형태의 미용실은 대부분 불가였고,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미용실에서는 가능한 경우가 더 많았다. 실제 결제가 가능했던 곳에서는 사장님이 지역화폐 앱을 모르는 다른 이용자에게 사용법을 알려줄 정도로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카페, 패스트푸드, 대형 프랜차이즈는 거의 불가

나는 평소 회사 근처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침 커피를 자주 사먹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역화폐를 써보고 싶었지만,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빽다방 등 대부분의 브랜드 매장에서는 지역화폐 사용이 차단되어 있었다.
매장 측은 본사 방침 때문에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패스트푸드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에서는 모두 결제가 불가능했고, 직원들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나는 지역화폐가 사실상 프랜차이즈 브랜드 소비와는 거리가 먼 수단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목적은 이해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상적인 소비 공간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평일 아침 커피는 여전히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주말이나 퇴근 후에는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한 매장을 따로 찾게 되었다.

 

 

사용 가능 여부는 ‘지역’과 ‘상권 구조’에 따라 차이 크다

나는 평소 주말에는 수원시 권선구, 평일에는 성남시 분당구에서 생활하는데, 지역에 따라 사용 가능한 매장의 밀도와 편의성이 크게 달랐다.
권선구는 전통시장이 발달되어 있고, 자영업 비중이 높아서 지역화폐 사용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반면, 분당은 프랜차이즈 중심의 상권이 많고, 오피스 단지가 밀집되어 있다 보니 지역화폐 사용처가 훨씬 적었다.

특히 백화점, 쇼핑몰, 아울렛에서는 거의 모든 매장에서 지역화폐 사용이 불가능했다.
같은 경기도 내인데도 이런 차이가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따라서 나는 앞으로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싶다면 먼저 내가 생활하는 지역의 상권 구조를 파악하고 사용여부를 판단해서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무리: 사용 매장은 좁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활용도는 높다

지역화폐는 분명히 좋은 정책이고, 소비자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이 있다.
그러나 실사용자로서 경험한 가장 큰 현실은, ‘어디서 쓸 수 있느냐’가 지역화폐의 진짜 가치와 직결된다는 점이었다.

지역화폐가 쓸 수 있는 매장은 결코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제한된 매장 안에서도 생활에 필요한 소비 항목은 꽤 포함되어 있다.
병원, 약국, 동네마트, 전통시장, 일부 식당에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하고, 충전 인센티브까지 고려하면 일반 카드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

나는 앞으로도 매달 일정 금액을 충전해 두고, 고정 지출 항목 위주로 전략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무작정 다 되겠지 하는 생각보다는, 내가 자주 가는 장소 위주로 사용 가능 매장을 미리 파악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역화폐는 전천후 결제 수단이 아니라, 잘 조율하면 생활비 절약에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이다.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기대 이상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