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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지역에서 지역화폐 써보니 의외의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 실사용 후기 정리

jjinjjingl 2025. 7. 11. 14:00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도시 중심지에서는 제법 정착된 느낌이 있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농촌 지역에서 거주하며 지역화폐를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불편한 점이 많았고, 기대와 현실의 간극도 크게 느껴졌다.

도시에서는 가맹점 찾기가 어렵지 않고, 앱을 통한 결제도 자연스럽지만
농촌에서는 기본적인 결제조차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 글은 내가 충청권 농촌 마을에서 몇 달간 지역화폐를 직접 사용하며
경험한 불편함과 아쉬움을 담은 실사용 후기다.

정책 자체를 비판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다만, 농촌 사용자 입장에서의 개선 여지를 알리기 위한 글로 읽어주면 좋겠다.
누군가는 겪고 있을지도 모를 같은 문제를, 나는 글로 대신 정리해본다.

 

농촌지역 지역화폐 문제점 실사용 후기

 


 

가맹점을 찾는 것부터 시작부터 어렵다

도시에서는 편의점, 병원, 카페 등 일상 공간 대부분에서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했지만, 농촌에서는 가맹점 자체를 찾는 것이 문제였다.

가장 가까운 마트조차 “그거 안 받아요”라는 답을 들었고,
동네의 식당, 정육점, 농자재 가게 등에서도
지역화폐 단말기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가맹이 해지된 상태인 곳이 많았다.

앱에선 ‘사용 가능’으로 표기되어 있어도
현장에서는 "예전엔 받았는데 지금은 안 해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실사용자 시선:
  • 앱상의 정보와 현실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고,
  • 결제를 시도할 수 있는 매장 수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QR 결제는 속도 느리고 실패율 높았다

 

제로페이 기반의 지역화폐를 농촌에서 써보니
QR 결제는 실제 상황에 잘 맞지 않았다.

  • 농촌 지역의 모바일 데이터 수신 환경이 불안정하고
  • 앱 자체가 느리거나 오류가 나는 경우도 잦았으며
  • 매장 직원들도 QR 결제 사용법을 정확히 모르거나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한 번은 식당에서 QR코드를 찍었는데
앱이 로딩만 하다가 멈춰버렸고,
결국 현금으로 결제하고 말았다.

 

 교훈:
  • 카드형 지역화폐가 훨씬 안정적이었지만, 그마저도 단말기 문제로 결제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농촌 특유의 현금 사용 문화와 충돌

 

농촌은 여전히 현금 결제가 압도적으로 많은 환경이다.
물건값이 작기도 하고, 가게 주인 대부분이 고령층이기 때문에
전자결제 수단에 익숙하지 않다.

내가 가본 마을 슈퍼에서는
“이런 건 서울 사람이나 쓰는 거지 우리랑 안 맞아”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
결국, 지역화폐라는 제도 자체가 아직 농촌의 생활문화 속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사용자 입장에선,
지역화폐로 결제를 시도하는 순간
“굳이?”라는 분위기와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용처가 적으니 충전도 꺼려진다

 

문제는 단순히 결제가 안 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디서 쓸지도 모르는 지역화폐를 굳이 충전할 유인이 없다.

인센티브 10%가 붙더라도
정작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이 없다면 그건 쓸모없는 잔액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냥 일반 카드 쓰자”는 선택을 하게 됐고,
결국 지역화폐 앱도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환불 시스템은 여전히 복잡하고 비효율적이었다

 

사용하지 못한 충전금이 남았을 때,
환불 절차도 또 하나의 장벽이었다.

내가 살던 지역은 모바일 앱에서는 환불이 불가능했고,
지자체에 팩스나 이메일로 신청서류를 따로 제출해야만 처리가 가능했다.

게다가 ‘한 번이라도 사용한 금액은 환불이 안 된다’는 규정도 있어서
실제로는 잔액이 남아도 사실상 환불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홍보는 있지만, 실제 지원은 부족했다

 

농촌에도 지역화폐를 사용하라는 현수막, 배너, 전단지 등은 많았다.
하지만 정작 가맹점 확보나 고령층을 위한 사용 교육, 단말기 보급 등 실질적 지원은 부족했다.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에게
지역화폐 앱 설치부터 설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정책은 알지만 실행은 되지 않는 상태가 반복되고 있었다.


 

결론 – 정책의 의미보다 사용 환경이 먼저다

 

지역화폐는 농촌에서도 분명 좋은 의도를 갖고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실제 사용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공허해진다.

내가 겪은 불편들은 단순한 개인 경험이 아니라
농촌이라는 지역 특성 안에서 제도가 얼마나 현실과 괴리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지역화폐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기 전에,
도시와 농촌의 생활 방식 차이부터 반영한 정책 설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농촌에서도 지역화폐가 당연하게 쓰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충전'보다 '사용'에 집중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