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척 오빠가 식사 자리에서 이런 말을 꺼냈다.
“요즘은 지역화폐 결제 손님이 많아졌는데,
문제는 그 돈을 나중에 받는 과정이 더 복잡하다는 거야.”
공주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오빠는
지역화폐 가맹점을 비교적 이른 시기에 등록했고,
제로페이 기반 단말기도 사용 중이다.
나는 단순히 앱으로 결제하고 끝나는 소비자 입장이다 보니
소상공인이 지역화폐 금액을 실제 입금받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전혀 몰랐던 게 사실이다.
이번 글은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
소상공인인 친척 오빠가 실제로 경험한 지역화폐 환전 과정을 듣고 정리한 후기다.
어디서부터 어려움이 생기는지,
왜 ‘단순한 줄 알았던 절차’가 현실에선 이렇게 복잡하게 느껴지는지를
하나씩 정리해보려 한다.
환전은 자동이 아니었다 – 시작부터 수동 신청
오빠는 처음에 지역화폐 결제를 받으면
자동으로 통장에 들어오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역화폐는 일반 카드 결제와 달리
가맹점이 직접 환전 신청을 해야 한다는 구조였고,
그 절차는 앱이 아닌 제로페이의 별도 웹사이트를 통해 진행해야 했다.
문제는 이 웹사이트 접속 자체가 PC에서만 제대로 작동하고,
초기 등록 과정에서 공동인증서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IT에 익숙하지 않은 사장님들에겐
이 단계부터 이미 진입 장벽이 된 셈이다.
실제 현장 반응:
- “앱에서 되는 줄 알았더니 또 다른 사이트에 로그인해야 하더라.”
- “하라는 건 많은데, 어디서 뭘 해야 하는지는 너무 불친절했어.”
환전 시기 놓치면 자동 누락 – 다시 신청도 어렵다
환전 신청은 정해진 기간 내에만 가능하다.
그 기간을 놓치면 해당 금액은 자동으로 다음 회차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별도 추가 신청 없이는 누락될 수 있다.
오빠는 바쁜 와중에 신청 날짜를 하루 넘겨버렸고,
나중에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기한 외 접수는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는 이 환전 기한을 문자로 받거나 앱에서 알림받는 시스템도 없었다는 점.
사장님 말:
- “이게 기한 지난다고 돈을 못 받는 구조면,
매일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손해나는 거지.”
환전된 금액 확인조차 번거롭다
일반 카드 매출은 단말기나 입금 내역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역화폐 환전금은 통장에 입금되어도 어떤 건지 구분하기 어렵다.
입금자명이 불명확하거나 날짜가 애매해
지역화폐 환전금인지, 다른 입금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오빠는 결국 제로페이 환전 시스템에 접속해
PDF로 입금 내역을 따로 내려받아야 했다.
매출 정산하려면 매번 이 작업을 반복해야 했고,
누락 확인도 직접 대조하는 수밖에 없었다.
체감 불편:
- “결제는 자동인데, 환전은 전부 수동이라서 거꾸로 간 느낌이더라.”
- “기록 확인하려면 하루 날 잡고 앉아야 돼.”
소액 수수료 문제는 공지조차 없었다
일부 은행으로 환전된 금액에는
500원~1,000원 수준의 이체 수수료가 붙는 경우도 있었다.
오빠는 처음엔 몰랐는데,
잔액을 보고 “왜 모자라지?” 싶어서 문의했더니
타행 계좌라 수수료가 발생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이 내용은 초기 등록 시나 앱 내에 안내된 적이 없었고,
홈페이지 공지도 찾기 어려웠다.
이건 몰랐던 문제:
- “환전도 내가 신청하는데,
거기서 또 돈이 빠져나가면 실질적 손해 아닌가요?”
기술적 불안정성도 문제였다
환전 시스템이 브라우저 호환 문제, 접속 지연, 오류 메시지 등을 자주 보였고,
심지어 모바일 브라우저에선 화면이 깨지는 경우도 있었다.
오빠는 하루는 환전 신청 중 페이지가 멈춰
처음부터 다시 입력해야 했다고 했다.
게다가 환전 신청 후 ‘정상 접수’가 됐는지 확인하는 화면도 명확하지 않아
일부 사장님들은
“신청은 했는데 잘 된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사용자 경험 요약:
- “일단 해보는데 매번 불안하다.”
- “진짜 들어올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
정책은 빠르게 도입됐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불편
지역화폐 결제는 소비자에겐 편하고 좋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선 그 ‘결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결제를 받아도 그게 내 통장에 잘 들어와야 의미가 있지.
지금처럼 매번 확인하고, 신청하고, 걱정해야 하는 구조라면
장사하는 입장에선 점점 귀찮아질 수밖에 없다.”
많은 지자체가 지역화폐 예산과 가맹점 모집엔 힘을 쏟지만,
정작 환전과 정산 시스템 개선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마무리- 결제보다 어려운 건 정산이었습니다.
이번에 들은 오빠의 경험을 정리하면서 느낀 건,
소상공인의 지역화폐 환전 절차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었다.
일단 결제만 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신청 기한·환전 오류·금액 확인·수수료까지 모두 직접 챙겨야 한다.
오빠는 “이게 자동화되면 정말 좋은 제도인데,
지금은 매출 확인하는 게 일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한다.
지역화폐는 분명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사장님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결제 이후, 정산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의 편리함이다.
‘혜택’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말,
이제야 왜 그렇게 중요한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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