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실사용후기

소상공인 입장에서 직접 써본 지역화폐 – 장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jjinjjingl 2025. 7. 12. 07:20

내 친척 오빠는 충청남도 공주시에서 10년 넘게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오빠는 장사 경험도 많고, 동네 단골도 많다.
그러다 몇 년 전 지역화폐가 처음 도입됐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신청하고 단말기를 설치했었다.
“손님들이 요즘 이거 많이 쓴다더라”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오빠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화폐 이야기가 나왔고,
그동안 겪은 솔직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장점도 분명 있었지만, 운영하면서 느꼈던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이 글은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니라,
공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친척 오빠의 실사용 후기를 정리한 것이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지역화폐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써본 지역화폐

 


도입 초반엔 ‘지역화폐 되는 가게’라며 손님이 늘었다

 

오빠 말로는, 가맹점 등록을 한 직후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관공서 인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젊은 손님들이
“여기 지역화폐 결제 되나요?”라고 물으며 가게를 찾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공주시에서는 지역화폐 가맹점을 앱이나 시청 블로그를 통해 적극 홍보했고,
그 덕분에 초기에는 매출 상승 효과를 확실히 체감했다고 한다.

 

카드 수수료 절감 효과는 확실했다

 

기존에 오빠 가게에서 카드를 많이 사용하면 한 달 수수료만 수만 원에 달했다.
그런데 지역화폐는 수수료가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이라,
매출의 일부가 아닌 전히 가게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특히 경기 불황에 원가 인상까지 겹친 상황에서,
지역화폐 결제는 가게 입장에선 의외로 크지 않은 차이로 큰 체감을 줬다고 한다.

 

 실운영 포인트:
  • 수수료 0% → 장기적으로 누적 시 상당한 절약 효과
  • 결제 승인 지연도 거의 없어서 회계 정리도 편리함

 

문제는 사용자 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었다는 점

 

처음엔 잘 되던 지역화폐 결제가,
2~3개월 후부터는 현저히 줄었다는 게 오빠의 말이다.
손님들 중 일부는 “이젠 인센티브 안 붙어요”라며 일반 카드로 다시 돌아섰고,
지자체 예산이 소진된 이후엔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오빠는 “내 가게만 잘해봐야 소용 없다”며
주변 가맹점 수가 줄어드는 것 또한 체감했다고 한다.

 

 체감 요약:
  • 사용자 감소 →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매력 감소

 

고령 고객은 지역화폐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주는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도시다.
오빠의 가게도 중장년층 고객이 주력층인데,
이분들에게는 앱 설치부터 충전까지가 큰 진입장벽이었다고 한다.

몇몇 손님은 가족에게 앱 설치를 부탁했지만
실시간 결제 오류나 충전 실패 등으로 “차라리 현금이 낫다”며 포기했다.
결국 오빠도 “설명하느라 힘 빠진다”며 사용 유도 자체를 줄이게 됐다.

 

기술적 문제와 단말기 오류도 반복됐다

 

가장 불편했던 건 점심시간처럼 바쁜 시간대에 발생한 결제 오류였다고 한다.
제로페이 기반 앱은 로딩이 느리고 QR 인식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심지어 단말기 자체가 지역화폐 카드를 인식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손님 앞에서 3번이나 결제가 실패했고,
결국 손님이 “이거 다음에 쓸게요” 하며 일반 카드로 바꿨다.

 

느낀 점:
  • 바쁜 시간대일수록 결제 안정성이 중요
  • 시스템 오류 한 번으로도 손님 신뢰도에 악영향

 

사용처가 적다 보니 손님들도 ‘어차피 못 쓸 텐데’라고 생각한다

 

가게 입장에서도, 손님 입장에서도
지역화폐는 결국 쓸 수 있는 곳이 적으면 굳이 쓸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공주 시내에서도 사용 가능한 곳이 생각보다 한정적이었고,
프랜차이즈, 병원, 일부 마트는 여전히 결제가 되지 않았다.
배달앱 결제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냥 카드 쓰자”는 흐름이 손님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퍼졌다고 한다.

 

사장님 의견:
  • 사용 환경이 제한적인데 충전 유도만 강하다는 구조는 실효성 낮음
  • 손님들도 “어차피 못 쓰면 충전 안 해요”라는 분위기

 

정책보다도 ‘현장의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말

 

오빠는 지역화폐 자체는 좋은 정책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사용자 유지가 어렵고, 시스템도 불안정하고, 사용처도 좁은 상황에선 오래 가기 어렵다고 한다.

“처음에만 이벤트처럼 쓰고 끝나는 구조라면
굳이 가맹점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더라.
정책의 효과는 ‘얼마나 오래 잘 유지되느냐’에 달렸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결론 – 소상공인 입장에선 ‘꾸준히 쓸 수 있게 만드는 구조’가 핵심이다

 

공주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친척 오빠의 지역화폐 사용 경험을 들으면서
정책 하나가 성공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얼마나 오래 지속 가능하게 설계되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지역화폐는 잘만 활용하면 분명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다.
하지만 결제 안정성, 사용자 편의성, 사용처 다양성이 함께 따라오지 않으면
소비자도, 소상공인도 오래 쓸 수 없는 구조가 되고 만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선 한 번의 혜택보다, 매달 믿고 쓸 수 있는 신뢰 기반이 먼저라는 것.
그걸 가장 현장에서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소상공인이라는 사실을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