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실사용후기

지역화폐 실사용 후기: 부모님 대신 써드려보니 보인 불편한 점들

jjinjjingl 2025. 8. 7. 11:38

“얘야, 이번에 지역화폐 충전 좀 해줄래?”
부모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게 계기였다.
평소엔 관심이 없으셨는데,
이웃 분이 지역화폐 충전하면 10% 더 준다고 알려주셔서
한번 써보시겠다고 한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간단할 줄 알았다.
앱 설치하고 충전하고, 카드 쓰면 끝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부모님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드리다 보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예상보다 꽤 많은 불편이 있다는 것
을 알게 됐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부모님 대신
지역화폐 앱 설치부터 충전, 사용까지 경험한 과정을
하나하나 정리해보고,
그 과정에서 느낀 불편한 점과 보완되었으면 하는 부분
실사용자의 관점에서 솔직하게 담아보려 한다.

지역화폐 실사용 후기 부모님 사용도움


앱 설치부터 첫 번째 벽

가장 먼저 느낀 불편은 앱 설치 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
부모님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셨고,
구글 계정 로그인 자체가 익숙지 않으셨다.
게다가 경기지역화폐, 대전온통대전 등
지자체별로 앱이 따로 있다는 점도
고령층에게는 혼란을 줬다.

앱 이름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았다.
“경기지역화폐? 경기머니? 같은 거야?”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단순히 다운로드해서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장벽이 있음을 실감했다.

설치 후에도, 첫 실행 시
휴대폰 인증, 공인인증서 로그인, 비밀번호 설정 등
절차가 길고 복잡하다는 점이 문제
였다.
젊은 세대에겐 몇 분이면 되는 작업이지만,
부모님에겐 낯설고 긴장되는 작업이었다.

 

충전과 결제, 생각보다 불편한 흐름

 

앱에서 충전을 시도했을 때,
본인 명의 계좌가 필요했고
간편결제 등록 절차가 있었다.
문제는 계좌 인증 절차에서 보안카드 또는 OTP를 요구하는 부분이었다.
부모님은 스마트 OTP가 뭔지 모르셨고, 앱 전환도 버거워하셨다.

결국 내가 대신 조작해드렸지만,이 상황에서 느낀 건
충전까지의 과정이 너무 앱 중심, 너무 복잡하다는 점이었다.
웹으로도 충전이 어렵고,
간편하게 대리충전하는 시스템도 없다.

그리고 결제도 마찬가지였다.
앱으로 QR 결제를 하시려 했지만,
카메라 조작이 어렵고 화면 전환 속도가 느려서
실제로는 카드형 지역화폐를 더 선호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카드형 결제가 가능한 매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용 가능한 매장 찾기, 어르신 입장에선 더욱 어렵다

 

지역화폐는 ‘사용 가능한 가맹점’에서만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 세대는
앱에서 가맹점을 검색하거나
지도를 활용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내가 대신 앱에서 근처 가맹점을 찾아 드리면,
“거기서 받아? 그런데 거기 외진 데잖아”
“이 가게는 붙여놨는데 안 받는다더라”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실제로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지역화폐 가맹점’ 스티커를 붙여놨지만
현재는 결제를 중단한 곳도 꽤 있었다.
현장에서 확인하는 불편,
매장 직원도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 등으로 인해
결제 실패 경험이 누적되면 결국 ‘안 쓰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부모님이 말한 가장 큰 불편은 ‘긴장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부모님이 지역화폐로 결제하실 때
“이거 될까?” 하는 불안한 눈빛을 보이셨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앱을 켜야 하고,
QR을 찾고, 직원에게 보여주고,
앱이 안 뜨면 다시 종료하고 켜야 하고,
이 일련의 과정 자체가 심리적 긴장을 유발했다.

특히 뒷사람이 기다리는 상황에서는
“내가 왜 이걸 해야 하지…” 하는
불편한 감정과 위축감이 생긴다고 하셨다.
이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해결되었으면 하는 점

 

실제로 부모님을 도와드리며 느낀 것은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 앱 설치부터 결제까지, 고령층 전용 간소화 모드 도입
  • 카드형 지역화폐 중심의 서비스 강화 및 사용처 확대
  • 앱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쉽게 가맹점 정보 확인 가능하게
  • 대리충전 또는 가족 충전 기능의 정식 도입 필요

특히 가족 단위에서 함께 사용하는 시니어층을 위한 기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마무리– 기술보다 중요한 건 심리적 접근성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지역화폐가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사용자가 느끼는 ‘접근 장벽’이 낮지 않으면
효용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
이었다.

부모님은 혜택 자체보다는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환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결제할 때 머뭇거리지 않아도 되고,
직원이 알아서 안내해주는 편안함.
그런 조건이 없으면 다시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지역화폐가 진정한 생활밀착형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어려운 게 아니라 익숙한 것으로 느껴지는 설계가 필요하다.
그 시작은 부모님 세대처럼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