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실사용 후기: 월세 낼 수 있을까?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자취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월세를 '피할 수 없는 지출'로 여긴다.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이 고정비는,
생활비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관심을 갖게 된다.
나는 평소에 지역화폐를
식비, 생필품, 병원비 등 제한된 소비에만 써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월세도 지역화폐로 낼 수 있다면 어떨까?”
사용처를 넓힐 수 있고, 충전 인센티브도 받아서
간접적으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호기심 반, 실험 정신 반으로
나는 지난달 집주인에게 조심스럽게
“지역화폐로 월세를 낼 수 있냐”고 문의를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꽤 흥미로운 현실 확인으로 이어졌다.
실제 문의 과정 – 집주인과의 첫 반응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중소도시에 있는 원룸 건물이다.
월세는 45만 원.
집주인과는 평소 문자나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는 편이라
조심스럽게 이렇게 물었다.
“사장님, 혹시 지역화폐로 월세 납부도 가능한가요?”
“지역화폐가 뭐예요? 지역상품권 같은 거요?”
“네, 경기지역화폐요. 앱이나 카드로 결제도 되고요.”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런 거 저 안 받아요. 계좌로만 해주세요.”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개인 임대인은 지역화폐를 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꽤 현실적이었다.
왜 안 되는 걸까? – 월세 결제에 지역화폐를 쓸 수 없는 구조적 이유
조사해보니, 다음과 같은 제도적·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첫째, 법적으로 임대업은 지역화폐 가맹 업종이 아니다
지역화폐는 대체로
도·시에서 지정한 ‘가맹 업종’에서만 사용 가능한데,
개인 임대사업자는 그 범주에 들지 않는다.
둘째, 결제 단말기나 앱 연동이 거의 없다
건물주가 지역화폐 결제를 받으려면
QR 단말기나 가맹점 등록 절차가 필요한데,
임대인 중에 이를 신청한 사례는 거의 없다.
셋째, 세금 신고 및 소득 노출 우려
특히 개인 사업자 중 일부는
지역화폐로 수익을 받는 경우
자동으로 전자 세금 기록이 남게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가능한 경우도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조건에서는 지역화폐로 월세 납부가 가능한 경우도 드물게 존재한다.
주로 다음과 같은 케이스다
- 공공임대주택의 일부 지자체 시범 사업
예: 공공임대 입주민이 지역화폐로 일부 관리비를 낼 수 있도록 연계된 경우 - 지역화폐 사용 가능 부동산 중개소를 통한 월세 수납 대행
드물지만 일부 부동산 가맹점이 가맹 사업자로 등록되어
월세를 수납하고 집주인에게 전달하는 구조가 존재
하지만 이 역시 전국적으로 활성화된 형태는 아니며,
개별 중개소나 지자체에 직접 확인해야만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
실사용자로서 느낀 한계와 아쉬움
지역화폐가 생활 밀착형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정작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에는 거의 접근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한 아쉬움이었다.
만약 월세에 지역화폐를 쓸 수 있다면,
- 매달 최대 10%의 충전 인센티브로
4~5만 원 이상의 혜택이 가능하고 - 자취생, 청년층, 신혼부부 등에게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제도 설계가 “생활비 중 일부 소비”에 한정되어 있어
큰 지출은 결국 일반 계좌 이체나 카드에 의존해야 한다.
결론 –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
지역화폐로 월세를 낼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결론은
제도상 가능성은 일부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매우 제한적이다이다.
내 경험상으로도, 주변 임대인이나 관리실에서
지역화폐로 월세를 받는 사례는 전무했다.
하지만 앞으로
청년 주거 정책, 공공임대 연계, 부동산 업계의 디지털 전환
같은 요소들이 더 확대된다면,
지역화폐의 활용 범위가 고정비 영역으로 확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일 수 있지만,
지역화폐 제도가 진짜 현실성있는 혜택을 주려면
월세 같은 고정비에도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나 같은 자취생 입장에서는,
그런 변화가 하루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