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역화폐를 충전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딱 5만 원만 주어진다면, 지역화폐로 일주일 생활이 가능할까?”
물론 전기요금이나 교통비는 제외하고,
식사, 생필품, 외출비용 같은 일상 소비 한정으로 말이다.
순전히 호기심에서 시작된 실험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 습관을 다시 점검하게 해준 7일간의 경험이 되었다.
이 글은 내가 실제로 5만 원 지역화폐만 가지고
일주일 동안 어떤 소비를 했는지,
어떤 어려움과 대안을 찾았는지를
하루하루 기록한 실사용 후기다.
비슷한 도전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첫째 날 – 시장 장보기로 시작
처음 계획은 일주일치 식재료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
전통시장에 들러 지역화폐 사용 가능한 정육점, 채소가게, 반찬가게를 방문했다.
닭볶음탕용 닭 한 마리, 계란 10구, 감자, 양파, 김치, 두부 등을 구매.
총 지출은 21,600원.
전체 예산의 43%를 첫날에 사용했지만,
이 식재료들로 3~4일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듯했다.
둘째 날 – 외식 포기, 집밥의 시작
회사에 도시락을 싸갔다.
닭볶음탕과 밥, 삶은 계란, 김치.
야근 후엔 출출해서 편의점에 들렀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지역화폐 미지원.
결국 동네 슈퍼에서 컵라면을 구매 (1,200원).
이때 느낀 건,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는 지역화폐의 사각지대라는 것.
셋째 날 – 작은 소비가 더 신중해졌다
이날은 일도 많고 피로해서 커피 한 잔이 간절했지만,
프랜차이즈 카페는 대부분 결제 불가.
지도 앱에서 지역화폐 사용 가능한 동네 로스터리 카페를 찾아갔다.
커피 1잔 3,800원.
평소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썼을 텐데,
남은 예산을 생각하니 소비 결정이 꽤 신중해졌다.
넷째 날 – 무료 혜택 적극 활용
집 근처 주민센터에서 무료 요가 강좌가 있는 걸 우연히 발견.
참여 후 소소한 만족감.
또한 지역서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프로모션으로
중고책 한 권 구매 (4,500원).
5만 원 예산이 주는 긴장감이 오히려 주변 자원을 탐색하게 만든 셈이다.
다섯째 날 – 식비 절약 루틴이 자리잡다
점심은 전날 만든 김치찌개.
저녁은 두부 계란부침과 밥.
식비를 아끼겠다는 목표 덕에
냉장고 안을 더 자주 확인하고,
식자재를 더 창의적으로 활용하게 됐다.
5일 차가 되자 생활 자체가 작게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여섯째 날 – 외출보다 산책으로 대체
주말이 되니 외출 욕구가 커졌다.
하지만 영화관, 쇼핑몰 등은 지역화폐 결제 불가.
그래서 대신 동네 도서관, 공원, 중고물품 나눔 마켓을 다녀왔다.
지출은 거의 없었고, 대신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구매보다는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일곱째 날 – 남은 잔액으로 마지막 외식
마지막 날, 남은 잔액은 약 7,000원.
동네 김밥천국에서 김밥과 우동으로 마무리 식사를 했다.
카드형 지역화폐로 결제 가능.
식사를 마치며 느낀 건
적은 돈으로도 의미 있는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단, 전제 조건은 '사용 가능한 곳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
실험을 마친 뒤 느낀 점
1주일 동안 5만 원으로 버티기 실험은
단순한 절약 챌린지를 넘어
‘지역화폐가 나의 소비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관찰하는 기회였다.
나는 편리함보다
‘쓸 수 있는 곳’ 중심으로 동선을 짰고,
무의식적인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카페, 식당, 시장 등 실제로 지역화폐가 활발히 쓰이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는 점도
실제 생활 속에서 체감하게 되었다.
마무리– 적은 예산이 오히려 소비를 선명하게 만든다
지역화폐로 5만 원, 단 1주일을 살아보는 실험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줬다.
내가 어디서, 무엇에, 왜 돈을 쓰는지
그 흐름을 의식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불필요한 소비를 걸러내는 눈도 생겼다.
물론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한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전면적인 생활 도입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생활비의 일부'로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지역경제도 살리고, 나의 소비도 정돈하는 일석이조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월별로 예산을 나눠서,
주말 전용, 식비 전용 지역화폐 챌린지처럼
소비 실험을 더 해볼 생각이다.
이 작은 실험이 소비 루틴을 더 건강하게 바꾸는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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